지난해 10월 초 영국의 방송매체는 프랑스 파리시에 위해해충인 빈대의 출현을 보도한 바 있다. 파리는 문화 수준이 높고 관광자원이 풍부한 세계적 관광도시다. 그러나 민망스럽게도 문화도시는 물론이고 빈민 국가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빈대의 습격으로 공포 속에 당국은 당황했다. 대중교통과 영화관은 물론 열차에 탐지견까지 투입하는 등 안간힘을 썼다. 특히 2024년 7월이면 파리에서 100년 만에 올림픽이 개최되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빈대 박멸에 전념한 탓으로 소동은 잠잠해져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파리올림픽은 예정대로 현지 시각으로 올해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개최됐다. 전 세계 206개 국가에서 10,5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해 32개 종목에서 국가의 명예를 걸고 열전에 돌입했다. 개회식은 26일 오후 7시 30분에 시작돼 전통적 야외가 아닌 파리의 상징적인 센강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행됐다.
준비 부족
환경을 앞세운 화려한 개막식과 유람선 85척에 각국 선수단을 태우고 폭우 속에 진행됐다. 파리의 명물 에펠탑과 트로카테로 광장에서는 화려한 레이저 쇼가 펼쳐졌다. 그러나 내외적으로 개회식의 평가는 엇갈렸다. 무엇보다도 올림픽 상징인 오륜기도 거꾸로 걸렸으며 특히 우리 대한민국을 북한으로 소개하고 우리 선수의 이름을 틀리게 표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유독 우리 선수단의 입장식과 태극기가 흐릿하게 비쳐 다른 국가와 차별화됐다. 속 좁은 편견인지는 모르지만, 최근 체코국가와의 원자력발전소 건립 수주와 연관이 아닌, 단순한 준비 과정의 미숙이기를 바랄 뿐이다.
프랑스 정부는 파리올림픽을 저탄소의 친환경올림픽으로 규정하고 시행에 옮겼다. 새로운 건축물은 친환경 자재와 공법을 이용했다. 대회장 건축물과 기구 등은 대회가 끝나면 원상 복구토록 구성해 조립했기에 재활용 및 재이용 면에서 예산 절감됐다. 또한 노약자의 보호 대책으로 휠체어 시설과 반려동물 쉼터 시설 등은 본받을 바 크다. 그리고 에너지 절약과 탄소 저감을 위해 실내와 운행차량에 냉방시설을 축소했으나 선수들의 건강 문제로 환원했다. 그러나 실제로 실천 행동 면에서 시민들이 외면해 버렸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이러한 현실에서 큰 오점(汚点)이 발생했기에 너무나 안타깝다.
사실 우리도 1988년 서울에서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되기 때문에 88 올림픽이라 해 환경오염에 초점을 맞췄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는 공업국가로의 발돋움을 위해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등한시해 올림픽 개최 시 대기오염이 문제가 됐다. 따라서 서울 근교 중공업의 규제와 교통 통제 그리고 시민의 환경 의식을 높여 성공리에 서울올림픽을 마쳤다.
센강의 수질오염
반면 파리올림픽은 개회식은 끝냈지만, 파리시의 심장인 센강의 수질오염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는 센강에서 열리는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로 3종목 스포츠를 함께하는 경기)과 마라톤 수영경기에 차질이 예상됐다.
대장균 등 수질 기준치가 초과해 선수들의 건강에 위협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현상은 당시 폭우의 영향이라고 설명했으나 시민들조차도 의심을 나타냈다. 비록 파리시장이 직접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했지만, 일종의 쇼라고 취급했다. 사실 센강은 이미 1923년경부터 산업폐수와 생활하수가 정화되지 않고 유입된 탓으로 수영이 금지됐다. 한편 파리시에서는 수질개선을 위해 약 2조 원의 큰 예산을 투자했지만,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예산에 앞서 무엇보다도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했다. 경기가 일부 연기되기도 했으며 선수 중에는 건강 문제로 경기를 포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트라이애슬론 경기를 마친 남자 선수가 10여 차례 구토하는 모습이 생중계되었기에 센강의 수질 개선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우리 선수단의 쾌거
한편 우리나라 올림픽 대표팀은 1978년 몬트리올올림픽에 선수 50명이 참여한 이래 가장 적은 144명이 출정했다. 물론 여자핸드볼팀을 제외한 구기종목 참여가 저조했으나 여러 종목의 선수가 참여했다. 최종적으로 11개 종목에서 메달 총 32개(금 13, 은 9, 동 10)로 종합 성적 8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체육 관련 기관에서는 금메달 5개 정도로 10위권 밖을 예상했다. 이는 영국 매체에서도 예측했다고 하지만, 너무 겸손한 탓인지 아니면 그 이상의 메달을 획득하면 체육회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는 의도였는지 모르겠다. 오직 우리 선수단의 승전보에 밤잠을 설치면서도 응원에 열중했다.
특히 올림픽 10회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한 양궁을 비롯한 펜싱과 사격팀의 뛰어난 실력은 물론이고 예상치 않은 종목에서 좋은 성적과 개인의 혼신의 투지는 역시 낯설지 않다. 또한 승부를 떠나 우리 선수들의 매너는 어느 국가, 어느 선수보다도 돋보였다. 경기에서의 우승은 무엇보다도 선수의 노력과 체육회 산하 경기협회 그리고 후원업체의 협조에 달렸다.
양궁선수단의 쾌거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우리 선수들의 마음가짐이 이미 상대 선수를 제압하고 들어갔다. 어느 선수는 질(패할) 자신이 없었다고 낭만적 용기를 나타냈다. 젊은 10대 또는 20대 초반 선수들의 뛰어난 실력은 다음 LA 올림픽을 기대하게 한다.
여기에 덧붙여 올림픽 동안 파리 거리의 기온이 서울과 같은 30도를 넘는 무더운 날씨인데도 우리나라를 홍보하는 ‘코리아하우스’가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그중에서도 떡볶이와 만두, 주먹밥 등 ‘K푸드’가 인기를 끌었다. 이제 우리 문화의 앞길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