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석 국회의장이 10월 31일부터 11월 5일까지 4박 6일간 베트남 공식방문을 마치고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코로나19 이후 베트남을 찾은 첫 외국 국회의장이자 한국 측 최고위급 방문이다. 박 의장은 이번 방문에서 베트남 국가서열 1∼3위 지도자들과 연쇄회동을 갖고 △양국 관계를‘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 △특별입국절차 제도화 △다낭 등 정기항공편 조속 재개 △남북 국회회담 개최 등에 대해 베트남 측과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베트남 방문은 박 의장 취임 후 두 번째 해외 방문으로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심각한 상황 속에서도 의회 차원의 대면 외교를 본격화한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번 방문에서 박 의장은 11월 아세안(ASEAN) 정상회의를 개최하기 전, 한-아세안 및 한-메콩 협력을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논의했다.
박의장은 지난 1일 오전 베트남 닝빙성 청사에서 응우옌 티 투 하 닝빙성 당서기 면담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하 당서기 면담에서 박 의장은 “우리 한국 투자기업들이 경영하는 데애로가 없도록 통관, 세무조사, 환경규제 등에 관심을 갖고 도와주시길 바란다”면서 “한국기업이 이곳에서 성공하는 것이 닝빙성을 돕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2일 오전 베트남의 국부로 추앙받는 고(故) 호치민 주석의 묘소를 찾아 헌화한 뒤 하노이 북부에 있는 삼성 박닌 공장을 시찰하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박 의장은 “이병철 창업주가 ‘한국의 삼성’을 만들었다면 이건희 회장은 ‘세계의 삼성’으로 만들었다. 이제 삼성이 세계의 제품 표준을 리드하는 초일류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며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박 의장은 방명록에 “한·베트남 경협의 상징 ‘삼성전자’,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세계표준을 리드하시길 기원합니다. 2020. 11. 2. 대한민국 국회의장 박병석”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삼성 박닌 공장 시찰을 마친 박 의장은 같은 날 오후 베트남 국가서열 1∼3위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했다. 베트남 국회에서 열린 공식 환영식에 참석한 박 의장은 응우옌 티 낌 응언 국회의장과 한-베 국회의장 회담을 진행했다. 응언 의장은 현재 베트남 국가서열 3위이다. 박 의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양국의경제 협력과 인적교류 증진을 위해 특별입국절차를 제도화하고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응언 의장과 논의했다.
박 의장은 “한국과 베트남이 (2009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맺은 지 수년이 흘렀다. 2022년, 양국 수교 3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격상하자는 것이 우리 정부와 국회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의 제안에 응언 의장도 “베트남은 한국과의 관계를 심화하는 문제를 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화답했다.
이어 응언 의장은 베트남 노동자가 한국으로 입국할 수 없는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을 요청했고, 박 의장은 “원만한 노동 협력을 위해서는 양국 정기항공편을 조속히 재개하고 한국 내 베트남 노동자들을 시급히 송환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베 국회의장 회담을 마친 박 의장은 베트남 총리실로 이동해 베트남 국가서열 2위인 응우옌 쑤언 푹 총리와 면담했다. 박 의장과 푹 총리는 특별입국절차를 제도화하고 코로나19 검역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박 의장은 “특별입국절차를 제도화하고 코로나19 검역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며 양국 관계 심화발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요청했고, 푹 총리는 “특별입국절차 제도화에 대한 말씀에 공감한다”며 “양국외교 관계 격상·코로나19 검역 간소화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도록 외교부 등 관계 부처에 지시해 한국이 우선적으로 적용받는 나라가 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푹 총리는 또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키는 문제를 외교부를 통해 적극 검토하도록 하겠다”며 양국 관계 격상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박 의장은 또 산업은행 등 국내 은행들이 베트남 현지에 지점을 설치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푹 총리는 “중앙은행에 지시해 처리하겠다”고 답했다. 아울러 박 의장의 제안으로 하노이·호치민뿐 아니라 인천-다낭 노선의 정기항공편재개 필요성에 대해서도 폭넓게 공감했다.
푹 총리와 면담을 마친 박 의장은 공산당 중앙당사로 자리를 옮겨 베트남 국가서열 1위인 응우옌 푸 쫑 베트남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면담했다. 박 의장은 “우리는 남북한이 평화를 유지하며 적극적으로 협력하기를 원하지 흡수통일을 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면서 “남북한과 모두 수교해 양국과 친구의 나라로 지내는 베트남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항상 지지하는데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또 박 의장은 쫑 당서기장 겸 국가주석에게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메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11월에 있을 한-아세안 정상회의에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참석하지 못해 아쉽다. 회의를 잘 치르시길 바란다. 최근 수해로큰 어려움을 겪은 베트남이 잘 헤쳐나가길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
아울러 박 의장은 “저는 제72년 제헌절 경축사에서 대한민국 국회의장 자격으로 남북국회회담을 조건 없이 언제 어디서든 개최할 용의가 있음을 밝힌 적이 있다”며 “베트남이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남북국회회담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날 베트남 측에서는 양국 경제부총리 간 대화 채널을 활성화하고 경제공동위원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3일 오전 박 의장은 하노이 숙소에서 쩐 반 뚜이 베트남-한국 의원친선협회 회장과 회원들을 접견하고 “양국 관계를 한 단계 격상해 포괄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로 발전시키는데 뜻을 같이한 것은 회장님과 친선 의원님들이 노력해주셨기 때문”이라며 감사의 뜻을표했다.
접견을 마친 박 의장은 주베트남 대사관으로 이동해 대사관 앞뜰에 담수 맹그로브를 심는 식수 행사를 가졌다. 이 나무는 베트남어로 ‘록 붕(Loc vung)’으로 불리며 ‘복이 열리는 나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이후 박 의장은 하노이 주재 주베트남 한국대사관에서 베트남 동포 및 기업인 대표들과 오찬 간담회를 갖고 “한국과 베트남은 방역과 경제를 모두 성공시킨 나라로서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에도 모범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이번 방문을 통해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총리·의장과 실질적 문제에 대해 깊은 논의와 공감대를 이뤘다며 베트남 국가 수뇌부 연쇄회동의 결과를 상세히 소개했다.
박 의장은 한·베트남 외교 관계 격상과 특별입국 우선 적용, 정기노선 재개 등 양국 간 공감대를 이룬 사안을 거론하며 “큰 틀에서 논의된 사항이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도록 양국 지도자가 관심을 갖고 챙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다문화가정 문제에 대해서도 이번 방문을 계기로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오찬 간담회를 마친 박 의장은 3일 오후 비행기 편으로 하노이에서 호치민으로 이동해 호치민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4일 오전 박 의장은 베트남 현지에 진출한 효성과 삼일비나 제2공장을 시찰했다. 삼일비나 측에서는 박 의장과 더불어민주당 전혜숙·박상혁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의 이름을 새긴 방문 기념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박 의장은 삼일비나 제2공장에서 기념 식수 행사와 시찰을 마친 후“베트남에 오신 지 15년 되셨는데, 베트남 국민들의신뢰를받는 기업이 되길 바란다”며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신 여러분의 노고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현지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후 호치민 숙소에서 동포 초청 오찬 간담회를 진행했다. 박 의장은 “의회 외교는 정상 외교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보완하며 양국 또는 다자관계를 증진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코로나19상황에서 정상적인 의회 외교가 가능할지 고심이 깊었다”며 “이번 방문은 현재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서 포괄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은 개척자 정신으로 황무지에 밭을 일구고 씨를 뿌려서 열매를 거두는 분들”이라며 베트남 동포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간담회 이후 박 의장은 호치민에 있는 통일궁에서 응우옌 반 넨 호치민 시 당서기와 면담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 자리에서 박 의장은 “호치민 시는 한-베트남 교류의 심장과 같은 곳”이라며 “입국 절차와 검역을 간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박 의장은 또 “한국 투자기업들의 활동에 애로가 없도록 신속한 투자 승인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넨 당서기는 “한국 기업들의 투자가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번 박 의장의 베트남 방문에는 더불어민주당 전혜숙·박상혁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 정의당 배진교 의원, 한민수 공보수석비서관, 김형길 외교특임대사, 곽현준 국제국장 등이 함께했다.